2025년 8월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68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저유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급등했던 유가가 2023~2024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데에는 세계 경기 둔화, 중국의 내수 침체, 미국 내 공급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죠. 유가 하락은 겉으로 보면 한국 경제에 ‘좋은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좋다’고 단정짓기엔 그 파급력이 산업별로 너무 다르게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가 하락이 국내 물가, 무역수지, 제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물가 안정 효과는 분명하지만, 소비가 살아날지는 의문
한국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입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당연히 정유, 물류, 전기요금, 난방비 등 에너지 관련 지출이 줄고, 이는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특히 2024년 초만 해도 배럴당 90달러에 달했던 유가가 2025년 중반 60달러 후반까지 떨어진 지금, 기업들은 유류세, 원자재 조달비용 등을 줄이며 수익 구조 개선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 하락 = 소비 증가’라는 공식이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물가의 정점을 지나 이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유가가 내려가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안정되지만,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기업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음식료·택배·운송업계는 유류비 절감 덕을 보긴 했지만, 소비 위축으로 전체 매출은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역수지엔 긍정적 신호…하지만 환율 변수도 존재
유가 하락이 가져오는 또 다른 직접적인 효과는 바로 무역수지 개선입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자원의 수입 비용이 줄어들면서 전체 수입 규모가 축소되고, 이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에너지 비중이 높은 산업용 중간재의 수입 단가가 낮아지면서, 전체 수입단가 지수도 함께 하락했고, 이는 기업 원가 절감 효과와도 연결됩니다. 수출액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수입이 줄면 무역수지는 개선되죠.
하지만 동시에 원화 강세 흐름은 유가 하락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수출 경쟁력 측면에선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8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에서 등락 중인데,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경우, 수출 기업은 환차익 감소와 함께 가격 경쟁력 저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 유가 하락을 기회로 삼는 곳과 아닌 곳
제조업계 전반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정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업종일수록 유가 변화에 따라 손익 구조가 크게 달라지죠.
2025년 현재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라 제품 생산단가를 낮추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거래처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 중입니다. 반면 정유업계는 사정이 다릅니다. 유가가 낮아지면 정제마진이 줄어들고, 재고 자산 평가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조선·기계 업계에선 유가 하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연료비 절감, 물류비 하락, 운송비 인하 등이 기업 운영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죠. 특히 조선 업계는 연료절감형 선박의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기존 선박의 가동률 증가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5년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에너지 수입 부담이 줄고, 물가가 안정되며,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흐름은 모두 반가운 일이죠. 하지만 동시에 제조업 내부의 손익 구조 변화, 환율 변동성, 소비 회복 둔화 등 복합적인 이슈들도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가 하락을 단순한 ‘호재’로만 해석하기보다, 산업별 맥락과 정책 대응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